킹콩을 들다

PUBLISHED 2009/07/05 05:53
POSTED IN 수줍은 아이/릴리와 슈슈
MOVIE
youngdengpo 'Lotte Cinema'  + with Moonai


논픽션에 픽션을 가미해 만든 영화는 실제 드라마를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사람의 마음에 던져준 진동이 확실하게 각인되도록 해준다. 이러한 영화를 보면 확실히 실제 삶보다 더한 드라마는 없다는 그 떠돌이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않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도 없고, 운동 중에서도 하필 여자 역도.. 괜시리 찔렸다.. 그들에게 필적하는 팔과 다리의 두께는(?) 가졌지만, 투지와 인내와 도전정신.. 그리고 역도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나서 냄비처럼 화르륵 또 불타올랐다 식힌 월드컵 축구 정신을 또 드러내게 될까봐 부끄러워서 찔렸다..

하지만, 보는 내내 이 영화는 '역도에 대해서 너희들이 뭘 알아?!'라는 식의 찔림보다는 지방소녀들의 해맑음이 주가 되고, 좋은 선생님의 역할과 어려운 환경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스스로에게 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양새와 상관없이 소중하고, 또 특별하다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는 그런 영화였다.

어떤 이는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이 얼마나 편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았을테고, 어떤 이는 저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테고, 착하게 사는데도 인생에 해뜰 날은 몇 날 되지 않는구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을테다. 이지봉 선수는 선생의 명찰은 달았지만 선생은 아니었다. 영자를 만나고, 알게되고, 안쓰럽게 느끼게 되는 그 책임과 맞닥뜨린 순간 진짜 선생님이 되었다. 선생은 혼자 선생이 될 수 없다, 따르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진리가 있어야한다. 내가 보고나서 느낀 것은 한 사람씩 같이 지내는 사람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고, 그 역할에 충실했을 때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진화를 꿈꾸며 끊임없이 변해야한다고 구속받고 있는 이 시대에 딱 맞는 깨달음이 아닌가? 그에 따른 결과를 모두 맘에 들어할 수는 없지만..

이지봉 선생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이런 몸상하고, 맘상하는 운동을 하려하는 소녀들이 있는지.. 도대체 왜? 나를 보고도 왜 스스로를 망치려 하는지.. 하지만, 소녀들은 지금 이 힘들고, 억세지만 소중하게 다가온 기회보다 무거웠던 삶을 내던지는 것이 아닌 더 잘 견뎌내기 위해 그저 해야겠다고 이것저것 따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오히려 선생을 타이른다.

그 선생에 그 제자.. 선생님의 아픔을 먹고 자란 소녀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남들보다는 훨씬 훌륭하게 자신의 자리를 떳떳하게 지켜나가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비겁자다. 그래서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무거운 삶을 내던져도 다시 또다른 무게로 삶은 나를 누를 것이다. 더 이상 도망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과 내 삶의 무게를 떠받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부여받는 것인지 알게해 준 이 영화가 고맙다.


20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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